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 경영진의 세가지 투자 의혹을 둘러싼 주주대표와의 소송전 서막이 열렸다.

특히 재판부는 문서제출 명령 등 증거 제출과 관련해 소송을 제기한 영풍 측 요청이 타당한 것으로 보고 있어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29부는 2일 영풍이 고려아연 최 회장과 노진수 고문, 박기덕 사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열고 쟁점과 증거확보 방안을 집중적으로 심리했다.

이번 소송은 고려아연의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 투자와 이그니오홀딩스 인수, 씨에스디자인그룹 계약 등 세가지 거래에 대한 경영진의 선관주의 의무 위반 여부가 핵심이다.

영풍 측은 이들의 거래가 이사회 승인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았거나, 합리적 검토 없이 이뤄져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심리에서 손해배상 청구의 원인이 선관주의 의무 위반인지를 확인하며 사건의 법적 쟁점을 명확히 했다. 이에 대해 원고 측은 “문제의 핵심은 세가지 거래에서의 의사결정 과정”이라며 경영진 책임을 강조했다.

특히 문서제출 명령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했다. 재판부는 원고 측이 신청한 사실 조회와 문서제출 명령에 대해 “선관주의 의무 위반 판단과 관련된 배경 사실로 볼 수 있다.”며 상당 부분 인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내부 의사결정 자료가 재판 과정에서 공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대해 피고 측은 “해당 문서들은 쟁점과 직접 관련이 없고, 일부는 이미 손해가 발생하지 않은 사안”이라며 제출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주주대표 소송의 특성상 절차적 요건이 엄격히 요구된다”며 무분별한 증거 신청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손해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선관주의 의무 위반 입증 자체를 제한할 수 있는지는 별도의 문제”라고 지적하며 원고 측의 입증 필요성에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영업 비밀과 개인정보 보호가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료 제출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영풍 측은 “이미 일부 투자에서 ‘묻지마 투자’에 가까운 의사결정 정황이 드러난 만큼, 구체적 자료를 통해 이를 입증할 필요가 있다.”며 적극적인 증거 확보 의지를 밝혔다.

재판부는 문서제출 명령과 관련해 양측에 10일 내 추가 서면 제출을 요구했으며, 영업비밀 해당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해 다투도록 했다. 다음 변론기일은 6월18일로 예정됐다.

한편 영풍 측은 지난해 2월 "최 회장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영하는 8개 펀드에 이사회 승인 없이 약 5600억을 투자해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또한 최 회장 등이 2021년2월 설립한 미국 전자폐기물 재활용업체 이그니오홀딩스를 약 5800억에 인수하는 과정에서 해당 기업이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것을 알고도 무리하게 계약을 체결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최 회장이 부인의 인척이 운영하는 씨에스디자인그룹에 수십억 규모의 인테리어 공사를 몰아줬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재판이 단순한 손해배상 여부를 넘어 고려아연의 투자 의사결정 구조와 지배구조 적정성 전반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대규모 투자와 인수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과 경영진 책임 범위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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