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그룹 회장이 ‘딥 체인지’(Deep Change, 근본적 변화)를 외치고 나선지 8년, 다음달 말 예정된 SK그룹의 확대경영회의를 앞두고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는 ‘딥 체인지 시즌2’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확대경영회의는 연말 개최되는 CEO세미나와 함께 SK그룹의 주요 계열사 사장단이 집결해 경영전략을 점검하고 향후 계획을 논의하는 주요 회의체다.
최근 경영 환경이 녹록치 않은데다 그동안 최태원 회장의 딥 체인지를 주도해 온 주요 계열사 사장단은 지난해 말 모두 교체됐다. 그리고 최회장의 사촌이자 그룹의 2인자로서 오너 일가가 직접 나선 만큼 최창원 의장이 과연 어떤 전략으로 그룹의 위기를 타개해 딥 체인지를 완성해 갈지 재계의 관심과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그동안 진행된 계열사와 그룹 차원의 투자 문제를 지적했던 만큼 무엇보다 계열사 간 중복 사업을 정리하고 성과가 미흡한 투자 사업을 정리하는데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SK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은 연초부터 사업 재조정 작업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와 함께 강도 높은 내부 분위기 쇄신 작업도 진행중이다. SK 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에서는 전체 임원을 대상으로 한 고강도 감사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 23일, SK그룹은 SK에코플랜트 박경일 사장 후임에 김형근 SK E&S 재무부문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박경일 사장이 자진 사임 의사를 밝혔고 기업공개를 앞두고 그룹의 ‘재무통’을 선임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SK그룹에서 연중에 계열사 CEO가 교체가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갑작스럽게 단행된 이번 인사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더불어 하반기 또 한차례의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일고 있는 상황이다.
최창원 의장은 지난 4월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환경변화를 미리 읽고 계획을 정비하는 것은 일상적 경영활동으로 당연한 일인데, 미리 잘 대비한 사업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영역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더 큰 도약을 위해 자신감을 갖고 기민하게 전열을 재정비 하자”고 주문한 바 있다.
사업 측면에서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수요 정체로 인해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SK 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온을 윤활유 회사인 SK엔무브와 합병한 뒤 상장하는 방안, 소재 기업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 등이 구체화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배터리 사업이 미래 성장을 위해 중요한 사업이라고 하더라도 실적이 좋은 회사를 합병해야 하는 만큼 임직원의 반발은 변수로 떠오른다.
그룹의 지주 회사인 SK㈜가 지난 21년 파이낸셜 스토리에서 밝힌 ‘2025년 까지 주가 200만원 달성’ 이라는 약속에 대한 입장 변경이 있을지도 관심사다. 당시 CEO였던 장동현 부회장은 지주회사 수장에서 물러나고 현재는 장용호 전 SK 실트론 사장이 바통을 이어받은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의 파이낸셜 스토리가 시장과의 소통과 약속인 만큼 어떤 방식으로던지 이해관계자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SK그룹의 문화 측면에도 최창원 의장이 주도한 변화가 구체화되고 있다. 재계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격주) 주 4일제 근무, 자율 출퇴근 및 유연 근무제 등도 리밸런싱에 들어간 것이다. 주요 계열사 임원의 금요일 정상 근무는 물론 토요일 사장단 전략회의 개최, 해외출장 시 비즈니스석 이용 자제 및 내부 구성원간 골프 금지 등 강도 높은 쇄신 주문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SK 그룹은 지난 2020년 최태원 회장이 딥 체인지의 방법론으로 제시한 ‘파이낸셜 스토리’에 따라 계열사별로 이를 실천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 왔다. '파이낸셜 스토리'는 매출과 영업이익 등 기존 재무 성과뿐 아니라 시장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경영 목표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말한다. 이를 기반으로 고객, 투자자, 시장 등 이해관계자들의 신뢰와 공감을 이끌자는 전략이다.
그 결과, SK그룹은 한때 자산 기준 재계 2위로 도약하는 등 성과를 이루었지만 지난해 영업이익 규모는 2022년 19조1461억원에서 3조9162억원으로 15조 이상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 하락률도 79.5%로 80%에 육박했다. 물론 최근 반도체 경기의 부활과 유가 상승 등으로 금년에는 호실적이 예상되는 등 반등의 신호가 울린 상황인 점은 그나마 다행인 대목이다.
최창원 의장은 최근 회의에서 “SK는 세계 시장에서 강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는 사업군과 성장 잠재력이 충분한 포트폴리오, 탄탄한 기술·사업 역량과 자원 등을 두루 보유하고 있다”며 “더 큰 도약을 위해 자신감을 갖고 기민하게 전열을 재정비하자”고 당부했다.
‘리밸런싱’을 화두로 최창원 의장이 지휘하고 있는 딥 체인지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6월 확대경영회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