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허스토리’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이 뜨겁다. 이 영화는 실제 지난 2001년 있었던 관부재판을 치열하게 다룬 작품으로, 일제에 의해 강제로 꽃같은 자신들의 인생을 짓밟혀야 했던 위안부 할머니들의 6년간의 재판 기록을 가슴 먹먹하면서도 뜨겁게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간신’, ‘내 아내의 모든 것’ 등을 통해 잘 알려진 민규동 감독을 주축으로, 중견배우 김희애와 국민 엄마 김해숙, 예수정, 문숙, 이용녀 등 관록으로 뭉쳐진 여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사실감과 깊이감 있는 작품으로 관객들 앞에 설 준비를 하고 있다. 개봉은 6월 중으로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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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을 분노케한 ‘관부재판’ 그리고 일본의 만행
 
관부는 한국 부산과 일본 시모노세키를 아우르는 말이다. 재판의 공식 명칭은 ‘부산 종군위안부 여자근로정신대 공식사죄 등 청구소송’이다.
 
영화의 중심이 되고 있는 관부재판은 일제치하 당시 일본군 ‘위안부’ 및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실제 사건이다. 1992년 12월 25일 부산시 등에 거주하고 있는 10여명의 피해자들이 일본 야마구치 지방재판소 시모노세키지부에 1억엔 가량의 보상청구소송을 제소하며 시작됐다.
 
이 재판은 1998년 시모노세키 지방법원에서 일부 승소했으나, 일본 정부의 항소로 열린 히로시마 고등재판소에서 패소했지만, 일본 법정이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해 피해 사실을 인정하고 일부지만 최초로 승소한 유일한 재판으로 기록돼 있다.
 
당시 제소를 한 주인공들은 위안부 피해자 3명인 이순덕, 하순녀, 박두리 할머니이며,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는 유찬이, 박소득, 박순복, 이영선, 강용주, 정수현, 양금덕 등 7명의 할머니다.
 
제소는 1992년부터 1994년까지 총 3차에 걸쳐 이뤄졌으며, 피해자들은 1998년까지 6년 동안 23회에 걸쳐 부산과 시모노세키를 왕복하며 일본군 위안부와 여자근로정신대 강제 징용 그리고 인권탄압 등에 대한 구두변론을 진행하며 투쟁했다.
 
당시 재판을 지원한 정신대문제대책부산협의회(정대협) 등의 시민단체는 피해자들을 지원하며 재판과정을 함께 하는 것으로 투쟁했고, 일본에서는 이 사실을 알고 사태의 심각성을 통감하는 시민단체가 국내 단체와 교류하며 재판을 지원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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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또 하나의 투쟁
 
이 재판은 1심에서는 승소했으나 2심에서는 패소와 기각, 대법원에서는 최종 패소하면서 피해자들에게 또다른 상처로 기록되고 있다.
 
1998년 4월 일본 야마구치 지방재판소 시모노세키 재판부가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입법부작위(헌법상 입법 의무가 있음에도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불완전하게 이행되는 것)에 의한 국가 배상 책임에 대해 일본군 위안부 원고 측의 소송을 인정했다.
 
1심 판결이 승소함에 따라 피해자들은 긍정적인 희망을 키우고 있었지만, 2심이 열린 1998년 히로시마 고등법원에 항소한 일본 정부는 1년 동안 결심까지 총 9차례의 구두 변론을 진행했고, 2001년 히로시마 고등법원은 위안부 원고에 대해 역전 패소를 결정하며, 여자근로정신대 원고에 대해서는 전면 기각 판결을 내렸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소송 비용을 1심 원고들이 부담하라고 판결했고, 당시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우리 국민들은 격분했다.
 
2001년 피해자들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그러나 2003년 일본 최고재판소는 관부재판에 대한 항소를 기각하면서 원고 패소 최종 확정했다. 일본 사법부가 관부재판이 일본사법재판소에서 다뤄질만한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한 셈이다.
 
패소가 확정됐지만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들은 장기간 UN과 ILO 등 국제기구에 이 문제가 안건으로 상정되도록 노력했고, 이에 따라 1992년부터 UN에서는 거의 매년 결의문에 “일본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법적 배상하고 공식 사죄하라”는 권고안을 일본에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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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불가 배우들의 뜨거운 저력
 
나이에 비해 화려함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호감으로 기억돼 있는 배우 김희애의 열연이 눈에 띈다. 동그란 금테 안경에 품이 살짝 남을 정도로 헐렁한 정장을 입고 있는 그녀는 사심 없는 마음으로 피해자들을 위해 최선을 노력을 하고 있는 변호사로 일본이라는 큰 산을 향해 끝없이 반성을 외치고 있다.
 
또한 위안부 피해자로 분한 배우 김해숙의 노련한 연기력은 그야말로 피해자의 분위기와 시선으로 절절함을 담아내고 있다. 억척스러운 엄마 역할부터 화려한 안방마님 역할까지 두루두루 소화해낸 김해숙은 늙수레하고 초라한 행색을 하고 있지만, 절대 굴하지 않는 강인함으로 극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중견배우 예수정, 문숙, 이용녀 역시도 남루한 캐릭터 표현 속에서 평소의 카리스마를 감출 수는 없었다. 그들은 각자가 소화해야 하는 역할에 맞게 소심하거나 강단 있는 등의 연기력을 소화해나가며 각자의 캐릭터를 완성해나가고 있다. 이들 중 그 어느 누구도 빠져서는 안 될 대체불가 배우라는 사실을 관객들에게 여실히 증명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영화 ‘허스토리’는 배우 김선영, 김준환, 이유영, 이설 등이 출연하며, 지난해 천만관객을 동원한 영화 ‘택시운전사’와 같이 천만관객을 동원할 수 있을지 귀추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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