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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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질서가 바뀌고 있다. 전례 없는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를 이끄는 제이미 다이먼 회장(사진)이 무려 44페이지 분량의 주주 서한을 통해 ‘전례 없는 위험’을 경고했다고 아시아경제 뉴욕특파원이 현지 소식을 간추려 5일 보도했다. 미 경제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 벗어나는 단계에서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그 어느 때보다 경제 불확실성이 극적으로 높아졌다는 진단이다.

이날 아시아경제에 따르면, 다이먼 회장은 4일(현지시간) 공개한 연례 주주 서한을 통해 ▲코로나19로부터의 경제적 반등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전쟁 등 3가지 요소의 결합이 "리스크를 극적으로(dramatically)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경제 성장과 임금 인상 추세 등을 근거로 내년까지 미 경제가 호조를 나타낼 수 있다면서도 이러한 변수들로 인해 "부정적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다이먼 회장이 쏟아낸 경고는 크게 5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팬데믹 이후 단행된 사상 최대 규모의 경기부양책과 양적 완화에 따른 후유증이다. 이로 인해 미국 내 인플레이션은 4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글로벌 자산 시장의 거품은 한층 커졌다. 다이먼 회장은 "팬데믹 이후 연방준비제도(Fed)와 행정부는 과감하고 극적인 조치로 옳은 일을 했다"면서도 "지나고 나서 보니 처방(재정지출 및 양적완화)이 너무 과도했고 너무 오래 지속됐다"고 진단했다. 이제 뒤늦게 돈 풀기를 끝내고 정상화로 가는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다음으로는 Fed의 금리 인상 행보가 시장의 예상보다 더 빨라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다이먼 회장은 "(Fed가) 0.25%포인트씩 올리는 패턴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한번에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한 "이 과정은 시장에 매우 많은 실망과 엄청난 변동성을 야기할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러 제재의 경제적 여파도 경고했다. 다이먼 회장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러 제재가 글로벌 경제를 둔화시킬 것이고 더 악화할 수도 있다"며 올해 중반까지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이 12.5%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유럽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는 종전 4.5%에서 2%로,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3.0%에서 2.4%로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에너지 시장을 비롯한 공급망 악화 가능성도 지적됐다. 그는 "전쟁 자체의 예측불허와 글로벌 상품 공급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함께 잠재적으로 폭발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국가 안보와 연계해 공급망을 재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이먼 회장은 "희토류, 5G, 반도체 등 국가안보에 필수적인 물자를 자체 생산하거나 우호적인 동맹국에만 의존해야 하고, 잠재적인 적국과는 중요한 기술을 공유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서방국가들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새로운 마셜 계획 개발도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다이먼 회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경고하며 '동맹의 재편성과 글로벌 무역의 재구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은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이를 민주주의에 대한 '경각심을 깨우는 알림'(wake up call)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 위기를 해결하는 것 뿐 아니라 새롭게 강화된 민주주의 동맹의 장기적 단결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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