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김범석의 혁신이라는 이름의 기만

- 권력은 누리되 책임은 외면하는 김범석의 ‘그림자 경영’ - 투사를 자처하는 오만함, 그 뒤에 숨은 비겁함 - 실질적 지배력’에 걸맞은 대답을 내야 할 때

2026-01-15     [편집인의 불편한 시선]

쿠팡이 오늘(15일)부터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에 대한 5만원 보상을 시작한다.

쿠팡과 쿠팡이츠 이용권 각 5천 원과 함께, 소비자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고가의 명품 구매 서비스와 여행 상품 구매 이용권 각 2만 원이다. 이마저도 사용 기간을 3개월로 제한하고, 차액도 환급해 주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사실상 이용권을 빙자한 판촉 행사라는 비난이 거센 이유다.

이처럼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보상’이라며 내놓은 5만 원권 쿠폰은 위로는 커녕 대중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시민의 소중한 정보를 소홀히 다룬 대가가 고작 자사 서비스 이용권이라는 점은, 쿠팡이 고객을 보호의 대상이 아닌 ‘가두리 양식장’ 속의 수익원으로만 보고 있음을 자인한 꼴이다. 

하지만 이런 얄팍한 상술보다 더 분노를 자아내게 하는 것은 이 모든 사태의 정점에 있는 김범석 의장의 ‘선택적 부재’다.

김범석 의장. 사진=쿠팡

김범석 의장은 그간 국회 청문회 등 공식적인 책임의 자리에는 번번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미국 국적을 방패 삼아 국내법상의 총수(동일인) 지정을 피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근로자 사망 사건의 축소 지시 등 경영 전반에 디테일하게 관여하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있다. 

이는 마치 영화 속에서 법망을 교묘히 피해 뒤에서 모든 것을 조종하면서도 정작 문제가 터지면 "아랫 사람의 책임"이라며 선을 긋는 거대 권력의 수장을 연상케 한다. 이와 유사한 사례에서 머리 숙여 사과한 SK 최태원 회장 등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에서의 막대한 로비 자금 투입을 통한 미국내 여론 조성은 그가 지향하는 ‘혁신’이 무엇인지를 의심케 한다. 진정한 혁신은 기술의 편리함 뿐 아니라 그 기술을 이용하는 소비자와 이를 지탱하는 노동자에 대한 존중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김 의장의 행보는 오로지 자본의 논리와 미국 국적자라는 특권을 활용해 한국 사회의 공적 책임을 회피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 김의장과 회사는 규제와 비판이 일때마다 마치 자신들은 ‘기득권과 싸우는 혁신 투사’인 양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곤 한다. 

하지만 노동자가 과로로 쓰러지고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상황에서 그들이 맞서 싸우고 있는 것은 기득권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합의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와 정의다.

김 의장이 보여주는 무책임한 태도는 한국 경제 생태계에 매우 위험한 선례를 남기고 있다. "미국 국적이라서", "미국 상장사라서"라는 핑계로 법적·도덕적 의무를 방기한다면, 향후 어떤 글로벌 기업에 책임을 물을 수 있겠는가.

쿠팡은 더 이상 5만 원짜리 쿠폰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 김범석 의장 역시 자신의 손에 쥔 실질적인 경영권과 영향력만큼의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

미국 국적은 비즈니스의 도구일 수는 있어도 도피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태 해결의 중심이자 키를 쥐고 있는 그가 침묵을 지킬수록, 쿠팡이 쌓아올린 ‘로켓 성장’의 금자탑은 ‘불신의 탑’으로 변해갈 것이다. 혁신의 가치는 편리함이 아니라 신뢰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김 의장은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