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8.4조 채무보증을 ‘미국의 투자’로 왜곡하면 안돼"

최대주주 영풍·MBK파트너스 입장 밝혀... 본질은 최윤범 회장 경영권 방어 목적 유상증자 "미국 제련소 재무부담 대부분은 고려아연 몫... 경영권 방어 정당화로 본질 흐려선 안된다"

2025-12-24     박상대 기자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이 추진 중인 미국 제련소 건설과 한-미 협력 자체를 반대한 적이 없다는 점을 거듭 분명히 했다.

문제의 핵심은 이 사업을 명분으로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며,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최 회장 측이 자금조달 구조와 재무 부담을 사실과 다르게 설명하고 있다는데 있다.

그럼에도 최 회장측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이러한 문제 제기를 ‘미국 제련소 건설 반대’ 또는 ‘한미협력 부정’으로 왜곡하고 있다. 이는 논점의 본질인 자금조달 구조와 주주가치 훼손, 경영권 방어 목적에 대한 비판을 의도적으로 흐리는 행위다.

▶ 고려아연이 8.4조 채무보증한 ‘차입’을 ‘미국의 투자’로 포장

최 회장측은 미국이 제련소 건설 자금의 91%를 부담한다거나 미국 정부와 전략적 투자자, 글로벌 금융기관이 함께 투자한 사례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자금 구조를 보면 사실과 거리가 멀다. 합작법인(JV) 설립 구조상 미국 전쟁부와 전략적 투자자(SI)가 출자하는 금액은 총 6억달러 수준이며, 고려아연 역시 약 9000만 달러를 출자한다. 반면에 미국 정부로부터 조달되는 12억5000만 달러는 상환 의무가 있는 ‘차입금’이다.

나아가 고려아연이 출자해 설립하는 미국 현지 사업법인이 조달하는 46억98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7조에 달하는 장기 신디케이트론 역시 미국 국방부와 글로벌 금융기관으로부터 제공되는 차입금이며, 고려아연이 최대 2040년까지 8조3900억의 채무 보증을 서는 구조다.

전액 채무 보증이 수반된 차입은 회계·재무적으로 사실상 보증 제공 회사가 직접 차입한 것과 동일한 위험을 부담한다.

이처럼 고려아연이 실질적으로 거의 전부를 책임지는 차입 구조를 두고 이를 ‘미국의 투자’로 설명하는 건 문제의 본질인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경영권 방어 논란을 희석하기 위한 왜곡된 설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 회사채보다 2~3% 포인트 높은 금리를 ‘저리자금’으로 둔갑

최 회장측은 해당 신디케이트론 금리에 대해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에 175bp를 가산한 저리 자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국내에서 고려아연이 실제로 조달해 온 금리 수준과 비교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고려아연은 최근 국내 시장에서 3년물과 5년물 회사채를 3.05%와 3.287%에 발행했으며, 이전에도 3% 초반대 금리로 대규모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해 왔다.

이에 비해 미국 신디케이트론은 평균적으로 6%에 가까운 금리 수준으로 국내 조달 금리 대비 2~3%포인트 이상 높은 비용 구조다.

미국 현지로부터의 차입이 모두 실행되면 연간 이자 비용만 약 4800억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동일한 금액을 국내 시장에서 조달할 경우와 비교해 막대한 추가 재무 부담을 의미한다. 이러한 구조를 두고 ‘저리 자금’ 또는 ‘특혜 금융’으로 설명하는 건 일반적인 금융 상식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 ‘혜택’으로 포장한 비용-공시되지 않은 핵심 구조

최 회장측은 미국 정부 측이 제련소 건설과 운영 과정에서 인허가-정책 조율 등 다양한 지원을 제공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의 구체적인 법적 근거, 비용 부담 주체, 수익 귀속 방식, 계약 구조에 대해서는 충분한 공시나 설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합작법인(JV)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10%를 확보하게 되며, 향후 배당과 계약상 수익을 취득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럼에도 합작법인의 지분 구조, 비용 부담, 수익배분 관계 전반은 공시에서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미국 전쟁부에 대한 신주인수권 부여, 현지 제련소 운영법인과 JV간 주요 계약 조건 역시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았다.

영풍·MBK파트너스는 “문제의 본질은 미국 제련소 건설이나 한미 협력이 아니라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설계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라며 “전액 채무보증 차입을 ‘미국의 투자’로 포장하면서 높은 금리를 ‘저리 자금’으로 설명하는 건 주주와 시장을 호도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제련소 건설의 재무적 부담 대부분은 결국 고려아연이 짊어지는 구조이며, 이를 감추기 위해 과장된 표현과 왜곡된 설명이 동원되고 있다”며 “경영권 방어 목적의 유상증자를 정당화하기 위해 회사의 재무 현실을 흐리는 시도는 결코 용납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