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심리 재개로 탄력 받은 최태원...글로벌 광폭행보 이어가

그룹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서 한발 벗어나 국내외 광폭 경영행보 이어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 재계 입장 전달도 예상

2024-11-12     정영원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7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SK 디렉터스 서밋(Directors' Summit) 2024'에서 오프닝 스피치를 하고 있다. 사진=SK

대법원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을 심리하기로 하면서, 경영권 분쟁의 불확실성에서 한발 벗어난 최 회장이 더욱 숨 가쁜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만약 대법원이 심리 불속행 기각으로 항소심을 확정했다면, 경영권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져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최태원 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그가 보유한 SK(주) 지분 17.73%를 기반으로 한다. 어제 종가 기준 SK(주)의 시가 총액은 10조 6,000억 원으로, 최 회장 지분 가치는 약 1조 8,000억 원에 정도로 평가된다.

최 회장의 동생인 최기원 이사장의 SK(주) 지분은 6.58%로, 만약 최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매각하여 노 관장에게 지급할 자금을 마련한다면 5,000억 원 미만으로 최기원 이사장의 지분 가치를 합쳐도 약 1조 3,000억 원 정도로 노관장이 받게 될 금액과 차이가 없다. 이는 노소영 관장이 경영권을 놓고 최 회장과 다툴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물론 최 회장은 SK실트론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2017년 SK가 LG로부터 실트론을 인수할 당시, 최 회장은 29.4%의 지분을 확보했으며, 당시 지분 가치는 약 2,600억 원이었다. 현재 그 가치는 최소 세 배 이상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었을 경우, 최 회장은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SK실트론 주식을 매각하고 SK(주)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방법을 고려했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다만, SK실트론이 비상장 주식인 데다 급히 매각할 경우 제값을 받을 수 없으며 당시 최 회장은 TRS(주식환매조건부매도계약) 방식으로 주식을 매입했기 때문에, 원금 상환과 세금을 고려했을 때 그 규모는 예상보다 크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한 SK가 보유한 자사주는 경영권 방어막이 될 수 있지만,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를 우호 세력에 넘길 수도 있지만, 주주 환원을 추진하는 정부 정책과 충돌을 일으킬 수 있고, 외국인 주주들이 등을 돌릴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SK는 과거 경영권을 위협당했던 '소버린 사태'를 경험한 바 있다. 당시 소버린 헤지펀드는 분식회계 논란을 빌미로 최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경영권 탈취를 시도했으며, 결국 1조 원을 챙기고 떠났다.

이번에 항소심 판결이 확정됐다면, 최태원 회장은 1조 3,000억 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을 것이다. 이 경우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 제동이 걸리고, 글로벌 경영 행보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반면 노소영 관장은 자신이 연 판도라의 상자로 부메랑을 맞을 위기에 처해 있다. 항소심 재판부가 인정한 비자금 논란은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부친의 비자금에 대한 수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말까지 글로벌 경영 행보가 예정된 최 회장은 대법원의 상고심 재개 판결로 재계 맏형으로서의 행보를 적극 이어간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4일과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4'를 마친 뒤, 7일에는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이사회 2.0'을 주제로 'SK 디렉터스 서밋'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SK그룹 각 관계사 이사회의 역할을 경영진에 대한 관리·감독으로 강화하는 '이사회 2.0' 도입을 선언했다.

최 회장은 숨 돌릴 틈도 없이 이번 주 중 페루로 출국해 ‘2024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 참석할 예정이다. 또한 내년 11월 한국에서 열리는 ‘2025 APEC CEO 서밋’ 의장을 맡은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행사 주제와 계획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페루 일정에 이어 22~23일에는 ‘도쿄포럼’ 참석을 위해 일본으로 향할 예정이다. 도쿄포럼은 최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최종현학술원과 도쿄대가 2019년부터 공동 개최한 국제 학술대회다.

이 외에도 최 회장은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한일상의 회장단 회의와, 다음 달 초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5회 한중 고위급 경제인 대화에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인 내년 2월에는 워싱턴 DC를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을 통해 한국 재계의 입장을 전하는 등 최 회장의 일정은 숨 돌릴 틈 없이 바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