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 CVO. [사진=스마일게이트 제공]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 CVO. [사진=스마일게이트 제공]

각계각층에서 P2E 게임 국내 서비스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일고 있는 가운데 게임사들 사이에서도 P2E 게임에 대해서 엇갈린 반응을 보이며, P2E 게임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게임사도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는 사내 내부망에 올린 신년사에는 ‘경쟁력 있고 감동을 주는 IP’를 언급하며, 신사업 확장보다는 IP 경쟁력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게임회사 스마일게이트가 <지옥>·<부산행>의 연상호 감독과 손 잡고 ‘콘텐츠 다양화’에 나선다. 영화 시나리오처럼 완결된 줄거리를 갖춘 ‘세계관’을 짠 뒤, 이를 기반으로 게임은 물론 영화·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에 진출하겠다는 구상이다. 스마일게이트가 충무로의 ‘1000만 감독’을 섭외해 영상 분야에 힘을 실으면서 케이(K) 게임사들의 콘텐츠 확장 경쟁도 불 붙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한겨레에 따르면, 스마일게이트는 최근 연상호 감독과 지식재산(IP) 공동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스마일게이트와 연 감독은 ‘로스트아크’·‘크로스파이어’ 등 기존 스마일게이트 게임들과는 다른, 새로운 줄거리의 세계관을 창작하는 데서부터 작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 세계관을 배경으로 신작 게임·영화·드라마·웹툰 등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 상반기(1∼6월) 중 구상을 시작해 내년까지 첫 작품을 낼 예정이다.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비전제시 최고책임자(CVO)는 지난달 회사 내부망에 올린 신년사에서 “<부산행>·<지옥>의 연상호 감독과 공동 아이피(IP·지식재산) 개발을 논의 중”이라며 “게임 명가에서 출발해 영화, 드라마, 웹툰 및 예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로 ‘스마일게이트 유니버스(콘텐츠 세계)’를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마일게이트와 연 감독의 협업은 국내 게임업계의 콘텐츠 확장 경쟁에 불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0년 스마일게이트가 중국에서 크로스파이어 줄거리를 배경으로 웹드라마 ‘천월화선: 크로스파이어’를 선보인 데 이어, 지난해 6월 크래프톤이 배우 마동석씨를 주연으로 ‘배틀그라운드’ 기반의 단편영화 ‘그라운드 제로’를 선보이는 등 기존 게임의 이야기를 영상화하려는 시도가 최근 활발해졌다. 하지만 게임사가 처음부터 게임·영상으로의 ‘동시 진출’을 염두에 두고 세계관을 구축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게임사들의 콘텐츠 확장 배경에는 국산 게임들의 질적 향상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수용’을 벗어나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작품들이 나오면서 영화·드라마·웹툰 등의 2차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게임회사가 가진 그래픽 디자인 역량 등이 높아진 것도 자신있는 사업 확장의 이유로 꼽힌다.

로스트아크 [사진=스마일게이트 제공]
로스트아크 [사진=스마일게이트 제공]

한편, 스마일게이트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로스트아크가 글로벌 시장에서 역대급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돈버는게임(P2E) 열풍에 올라타기 보다는 지식재산권(IP)과 개발력 투자를 통해 게임 본연의 재미를 살리는 데 주력한 것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는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에 정식 출시한 지난 12일(현지 시간) 100만 명에 육박하는 최고 동시접속자 수를 기록했다. 사전 패키지(파운더스 팩)를 150만 장이나 팔아치우며 ‘대박’ 조짐을 보이더니, 정식 출시 당일에도 파죽지세를 이어나간 것이다. 이는 국산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중 서구권 진출 역대 최고의 흥행 성적이다. 글로벌 전체 MMORPG로 범위를 넓혀도 최고 수준의 기록이다.

글로벌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로스트아크는 스마일게이트의 뚝심 투자가 제대로 빛을 발한 대작이다. 지난 2018년 출시 당시 1000억원이 넘는 제작비로 주목받았고, 제작비에 버금가는 높은 완성도로 출시 일주일 만에 동접자 35만 명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후에도 이용자 의견을 경청하는 훌륭한 운영으로 인기몰이를 지속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전체 매출의 17%를 차지하는 유료 아이템 수익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자 유저들이 ‘돈쭐’로 보답하기도 했다. 스마일게이트 사회공헌재단에 자발적으로 기부 행렬을 이어가 일주일 만에 3억 원을 모금한 것. 월 평균 이용자도 동시에 2배 증가했다.

스마일게이트가 P2E에 유독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같은 ‘장인 정신’에 입각한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섣불리 신사업에 뛰어들기 보다는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우선순위를 뒀다는 분석이다. 실제 스마일게이트는 넥슨과 함께 국내 주요 게임사 중 P2E 진출을 선언하지 않은 유이(唯二)한 회사다.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현재는 P2E에 눈을 돌리기보다는 게임사의 본질인 좋은 게임을 선보이고 IP 경쟁력 확보를 위해 로스트아크와 크로스파이어X의 글로벌 서비스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크로스파이어X. [사진=스마일게이트 제공]
크로스파이어X. [사진=스마일게이트 제공]

스마일게이트가 ‘크로스파이어’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신작 ‘크로스파이어X’를 콘솔게임으로 내놨다. 콘솔 이용자가 높은 북미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크로스파이어X는 지난 2007년 출시된 크로스파이어 IP를 기반으로 한 후속작이다. 크로스파이어는 중국에서 동시접속자 400만명을 돌파하는 등 흥행을 거두며 스마일게이트를 국내 ‘빅5’ 게임사로 올리는데 기여했다. 

2020년 스마일게이트의 해외 매출 비중은 83.7%(8430억원)다. 이 중 크로스파이어를 서비스하는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의 매출이 절반 이상 차지한 5634억원으로 집계되며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작 크로스파이어X는 ‘AAA(대작)급’으로 개발한 콘솔 게임으로 엑스박스로 즐길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 구독 서비스인 ‘엑스박스 게임 패스’에서도 서비스하고 있다. 

크로스파이어X는 언리얼4 엔진을 사용해 고품질 그래픽과 현대 전장의 박진감을 그대로 구현해 낸 것이 특징이다. 특히, 엑스박스 시리즈 X에서는 4K 해상도로 감상할 수 있다. 스마일게이트에 따르면 게임 플레이 중 로딩 시간을 크게 줄여 끊김없이 플레이하도록 기술력을 동원했다. 

국내 콘솔 매출 비중은 전체 게임 매출액의 6% 미만으로 국내에선 아직 불모지로 남아있지만, 해외로 눈길을 돌리면 사정이 다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모바일 게임이 42.6%로 가장 높고, 콘솔게임이 26.6%로 두 번째로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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