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부터)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사진=각 사 제공]
(좌측부터)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사진=각 사 제공]

게임업계 두 명가 오너인 김택진(엔씨소프트 대표)과 방준혁(넷마블 이사회의장)이 요즘 눈에 띄게 '잘나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돈버는 방법엔 현격한 차이가 있다. 한명은 주특기(게임)를 살려 세계적 집권을 노리는 방식으로 축재를 도모한다. 또 한명은 본업과 달리 '될성부른' 종목을 미리 선점해 투자해놓은 뒤 결실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는 8일 앱마켓 3사(구글플레이+iOS+원스토어) 통합 기준으로 11월 게임사 매출 순위를 50위까지 발표했다.

분석결과 지난달 출시된 엔씨소프트 멀티플랫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W가 1위에 등극했다. 이로써 아이지에이웍스는 엔씨가 11월 한달간 매출액 2000억원 이상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지난 4개월 연속 1위를 차지한 오딘:발할라라이징을 밀어내 눈에 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달 500억원 이상을 번 것으로 추정됐다. 넥슨 300억원, 넷마블이 300억원, 37모바일게임즈가 10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리니지W 대표 이미지[사진=엔씨소프트]
리니지W 대표 이미지[사진=엔씨소프트]

주요 앱마켓에 따르면 엔씨소프트가 지난달 4일 출시한 리니지W는 한국, 대만, 홍콩에서 구글플레이 매출 1위를 유지 중이다. 출시 한 달을 넘겨서도 접속 대기열이 발생하고 있다. 대만 내 인기는 더하다. 대만에선 순위 변동이 잦은 애플 앱스토어에서도 매출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한국과 대만이 리니지 텃밭이라는 것을 재차 입증한 것이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최대 시장인 일본에선 구글플레이 매출 20위권을 유지 중이다. 한국산 게임의 무덤인 일본에선 나름 준수한 성적을 거두는 중이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W 인기가 현재진행형인 이유로 ‘서버 증설’을 꼽는다. 여섯 차례에 걸쳐 108개 서버를 180개로 늘렸다. 9개 월드는 15개가 됐다. 회사 측은 “출시 첫날 가장 많은 이용자를 기록한 후 지표가 점점 하락하는 일반적인 MMORPG의 사례와 전혀 다르게 한 달 동안 서버 수가 1.5배 이상 증가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리니지W 인기는 서버에 접속하면 체감할 수 있다. 한국과 대만 간 국가 대항전 성격의 전투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중이다. 보스 레이드(단체전투)를 두고 국가 경쟁 구도가 형성돼 있다. 엔씨가 목표한 서비스 흐름이다. 대만 이용자와의 전투가 여러 방송진행자(BJ)들의 주된 방송 소재이기도 하다. 엔씨소프트도 위클리 뉴스를 통해 각 서버의 전쟁 구도를 중계해주는 등 국가 대항전의 재미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W를 글로벌 원빌드(하나의 버전) 게임으로 소개했다. 하나의 서버에 각국 이용자가 접속할 수 있다. 이용자 간 소통은 게임 언어에 특화한 자체 개발 ‘인공지능(AI) 번역’을 통해 해결했다. 내년엔 아시아권을 넘어 북미·유럽·남미 등 2권역으로 진출한다. 업계가 보는 진짜 글로벌 시장이다. 엔씨소프트가 콘솔과 PC패키지에 익숙한 서구권 시장에서도 성과를 낸다면 리니지에 대한 평가가 재차 긍정적인 변화를 맞을 전망이다.

넷마블 CI. [사진=넷마블 제공]
넷마블 CI. [사진=넷마블 제공]

한편, 넷마블이 카카오뱅크 투자로 약 1조원에 달하는 차익을 거뒀다. 2016년 투자 이후, 5년 만에 '잭팟'이다.

앞서 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 하이브(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에 투자하며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둔 방준혁 넷마블 의장의 투자 안목이 또 한 번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8일 넷마블은 카카오뱅크 주식 761만9592주(지분율 1.6%)를 5143억2246만원에 처분한다고 8일 공시했다.

처분 예정일자는 오는 12월13일로 이번 전량 처분으로 넷마블이 소유하게 되는 카카오뱅크 주식은 없다. 넷마블은 처분 목적에 대해 "보유주식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를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넷마블은 지난 2016년 카카오뱅크 준비법인의 공동 발기인으로 참여, 917억원을 투자해 카카오뱅크 지분 3.74%를 확보했다. 당시 매입가격은 주당 5000원이었다.

넷마블은 유동성 및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해 지난 8월부터 카카오뱅크 지분을 매각해왔다. 지난 8월10일 카카오뱅크 주식 600만주(지분율 1.3%)를 4301억8387만6500원에 처분(장내매도)했고, 같은 달 27일에는 161만9591주를 1331억3080억200원(지분율 0.3%)을 블록딜 형태로 처분했다.

이날 넷마블이 카카오뱅크 지분 전량을 처분하며 넷마블은 총 1조776억3671만6700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됐다. 투자 차익만 9860억원에 달한다.

금융투자업계는 게임을 본업으로 두고 있는 넷마블이 부업인 투자에 뛰어난 역량을 나타내며 투자회사로서도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중심엔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방준혁 의장의 과감한 결단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넷마블은 지난 2015년 게임 투자·개발을 이유로 엔씨소프트에 3911억원을 투자, 지분 8.88%(195만주)를 보유하고있다. 주당 20만573원에 주식을 매입한 넷마블은 투자 원금의 3.6배 수익을 거두고 있다. 이날 넷마블이 보유한 엔씨소프트 지분가치는 1조4274억원(종가 73만2000원)에 달한다.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거둔 투자 차익도 약 2036억원 규모다. 넷마블은 지난 2018년 게임사업 협력을 이유로 카카오게임즈 유상증자에 500억원을 투자해 지분 5.63%(321만8320주)를 보유했다. 주당 1만5536원을 들인 셈.

넷마블은 지난 8월12일 카카오게임즈 주식 321만8320주를 2536억361만6000원에 전량 처분하며 2036억원에 달하는 투자 차익을 챙긴 바 있다.

한편, 넷마블은 투자로 벌어들인 돈은 차입금 상환에 사용하고 있다. 넷마블은 지난해 코웨이(78,200 +1.30%)를 1조7400억원, 올 8월에는 글로벌 3위 소셜카지노 게임업체 스핀엑스를 2조5000억원에 인수했다. 작년 말 7000억원이던 차입금은 올 3분기 말 1조234억원으로 늘어났다.

다만 그동안 투자수익이 쌓이면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1404억원으로 불어났다. 이번 카카오뱅크 잔여 물량 처분액(5143억원)을 제외한 수치다.

넷마블은 수년간 히트 게임을 내지 못해 영업이익이 정체한 상태다. 2018년부터 작년까지 2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영업이익은 2058억원으로 작년 대비 2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는 11만9000원(8일 종가)으로 2018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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