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바둑 장기 채널이 후원하는 ‘용성전’이 이번 시즌에서 전례 없는 이변을 연출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국 바둑의 실력이 강해 일본 바둑 팬들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후원 취지에 맞게 회를 거듭할수록 바둑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용성전’. 예측 불가, 반전의 연속인 ‘제4기 용성전’ 16강전이 개막한다.

지난 16일, 9단들만 참여하는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에서 랭킹 27위의 박진솔 9단이 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 점쳐진 랭킹 1위 신진서 9단을 꺾은 이변을 연출했다. 그야말로 파격과 이변의 결과였다.

이처럼 승부에는 언제나 변수가 있지만, 이번 ‘제4기 용성전’에서는 대회 초반부터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스포츠의 묘미를 그 어느 때보다도 제대로 보여주며 남은 경기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기존 더블일리미네이션 방식에서 단판 토너먼트로 변경해 진행된 ‘제4기 용성전’ 32강전은 하위 랭커들의 저력과 투지로 극적인 대반전 드라마의 연속이었다. 신진서 9단과 박정환 9단을 제외한 여러 승부의 결과가 예상에서 완전히 빗나갔다. 나현 9단, 변상일 9단, 강동윤 9단, 이영구 9단, 박하민 8단 등 기존의 강호 기사들이 각각 본인보다 하위 랭커인 이형진 5단, 위태웅 3단, 한웅규 7단, 안정기 6단, 홍무진 4단에 패했다. 

‘신흥 강자 대거 속출’이라는 대이변의 서사시는 1월~2월에 거쳐 진행된 예선전부터 쓰였다. 이번 LG배 우승자 신민준 9단이 예선전에서 문유빈 5단에게 패하며 본선 진출에 실패했고, 여자 상위 랭커 오유진 7단은 파죽지세로 16강까지 안착한 조승아 3단에, 김채영 6단은 친동생 김다영 4단에 패하며 예선에서 탈락했다.

이어질 ‘용성전’ 16강은 더욱 혼돈이 예상된다. 상위 랭커들을 격파하고 올라온 신흥 강자들의 대거 포진은 물론 이형진, 유병용, 김정현, 안정기, 이창석, 박상진, 김세동, 박민규, 최철한 등 16명의 선수 중 절반이 넘는 9명이 사상 처음으로 용성전 16강에 오른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바둑장기채널이 후원하는 기전 ‘용성전’은 일본을 포함해 중국과 한국에서 모두 같은 이름으로 시행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무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조치훈, 고바야시 고이치, 이야마 유타, 고노 린, 이치리키 료 등 한국 바둑팬들에게도 익숙한 프로기사를 우승자로 배출한 전통의 기전 ‘용성전’은 한국에서는 올해 4회째로 2018년부터 개최되었다.

초대 대회에서는 김지석 9단이, 2회 대회에서는 박정환 9단이 그리고 3회 대회에서는 신진서 9단이 우승을 차지했다. 모두의 기대를 안고 개막한 초대 대회에서는 ‘동갑내기 라이벌’ 김지석 9단과 강동윤 9단이 결승에 올라 화제가 되었고, 당시 최종 우승은 2-1로 김지석 9단의 차지였다. 이어 2회 대회에서는 ‘한국 바둑의 양강 구도’ 박정환 9단과 신진서 9단이 결승에 올라 2-0으로 박정환 9단이 퍼펙트 우승을 거두었다. 3회 대회에서는 신진서 9단은 전기 대회 패배를 완벽히 설욕하며 2-0으로 박정환 9단을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용성전’은 한국, 일본, 중국에서 자국 프로기사들을 상대로 개최되는 것은 물론 3국 우승자 간 통합 챔프를 가리는 ‘한·중·일 통합 용성전’도 진행된다. 초대 국내 ‘용성전’ 챔피언 김지석 9단은 일본과 중국의 ‘용성전’ 우승자와 겨루는 ‘한·중·일 통합 용성전’에 출전해 중국의 커제 9단에 패하며 아쉽게도 3위를 차지한 바 있다.

박정환 9단이 우승한 2회 대회부터는 코로나19의 여파로 ‘통합 용성전’은 진행되고 있지 않다. 각국에서 우승한 최강자들이 펼치는 무대 인만큼 긴장감 넘치는 경기가 진행되기에 많은 바둑팬들이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한·중·일 통합 용성전’. 여타 세계 대회들이 온라인 대국으로 열리고 있는 만큼 올해는 대회가 속개돼 세계 바둑팬들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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