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춘 스케치(Reality Bites)     ©이희선 기자
[뉴스브라이트] 대학을 갓 졸업한 릴레이나, 비키, 트로이, 새미는 딱히 이렇다 할 비전이나 패기는 없지만 그렇다고 세상을 두려워하지도 않는 청춘들이다.
 
네 사람은 한 집에서 뒤엉켜 살고 방송국에서 일하는 릴레이나는 네 사람의 청춘을 다큐멘터리로 기록하고 비키는 의류 매장에서 일하며 에이즈에 대한 두려움을 숨기고 살아간다.


한편 전립선암으로 죽어가는 아버지를 둔 트로이는 자발적으로 대학을 중퇴한 뒤 신문 가판대에서 일하며 직장을 구하는 것조차 거부하고 밴드에도 열정을 보이지 않는다. 또한 새미는 어머니에게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털어놓지 못하고 있다. 주유 카드로 주유소 편의점을 드나들며 음식을 사먹지만 네 청춘은 태평하게 살아간다.


어느 날 릴레이나는 프로그램 사회자와의 불화로 방송국을 나오게 되고 트로이의 낭만적인 위로를 받지만 경제적으로 쪼들리게 되면서 의기소침해지고 친구들과도 부딪친다.


그러던 중 마이클이란 남자가 릴레이나의 다큐멘터리를 방송국에 소개해준다고 말한다. 하지만 최종 편집된 다큐는 릴레이나의 의도와는 달리 네 명의 청춘들을 웃음거리로 만든 것에 불과했다.


이번에도 트로이는 릴레이나를 위로해주고 마이클은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며 릴레이나에게 뉴욕행 티켓을 내민다. 릴레이나는 트로이와 마이클 사이에서 갈등하고 트로이는 아버지의 죽음을 맞게 되는데...


우리에게는 코미디 배우로 친숙한 벤 스틸러가 감독한 <청춘 스케치>의 원제는 Reality Bites로 현실의 따끔함, 현실이 주는 냉혹함을 말한다.


영화 도입부에서 네 명의 주인공은 크게 철이 없어 보인다거나 사회 부적응자로 보이지도 않는다. 그냥 흔히 보는 적당히 철이 덜 들고 허세가 덜 빠진 청춘들인 것이다.


학자금 대출금 담당 직원만 피하면 될 줄 알았던 이들에게 월급과 집세, 외로움의 무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다. 결국 자신이 한심하다고 생각했던 부모의 원조로 살아왔으며, 세상은 진실을 외면하는 바보들이라고 비웃었지만 막상 그 세상이 현실이며 현실 세계에서의 바보는 자기 자신이었음을 아프게 깨달아간다.


그리고 심지어는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모르고 살아왔음을 알게 된다. 자신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세상에 부딪치며 자신의 못남과 자신의 왜소함을 절감하게 되는 것이다.


20대 초반, 사회초년생 청춘들이 겪는 아픔 시절이 그대로 담겨있는 이 영화는 90년대 청춘 영화 계보에 있어 큰 자리를 차지한 수작이다. 하지만 다소 결말이 안이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1994년에 개봉된 이 영화 속에는 젊은 위노나 라이너와 에단 호크의 모습이 고스란히 박제돼있다.


현재의 두 사람도 아름답지만 중년에는 중년의 아름다움이 있듯 젊음에는 젊음만이 주는 싱그러운 아름다움이 있다.
그런 면에서 두 배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결코 놓칠 수 없는 보석 같은 영화일 것이다. 또한 Squeeze의 Tempted나, The Knack이 부른 My Sharona 같은 곡들이 담긴 사운드 트랙은 지금도 사랑받는 OST 명반 중 하나로 꼽히는데 2004년에는 10주년 기념으로 리패키지 버전 음반이 출시되기도 했다.


2014년에는 타임즈에 이 영화의 사운드 트랙 앨범이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에 관한 칼럼이 실리기도 했다.


EBS 금요극장 '청춘 스케치'는 4월 19일(금) 밤 12시 5분에 방송된다.

이희선 기자  |  aha0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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