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전시하는 책들은 시인 성미정과 배용태가 16년간 수집해온 약 400권의 팝업북 중 역사 속 중요한 책들과 혁신적인 팝업북 작가들의 초판본, 복간본을 엄선하여 선보인다.

 

출판의 모든 과정이 기계화되고 전자책으로 책을 읽는 지금에도 유일하게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지는 부분이 필요한 팝업북은 평면적인 책에 입체성을 더하여 독자와의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끌어내며 종이 책의 역사 속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13세기 영국의 수도사 매튜 패리스가 회전하는 원반을 붙여 만든 최초의 팝업북 <볼 벨Volvelle(2036년 초판, 전시본은 2004년 복간본)>을 시작으로 팝업북은 지난 800년 동안 실용적, 교육적, 상업적인 목적으로 계속 제작되며 다양한 기법이 만들어지며 진화해왔다.

 

특히 19세기에 팝업북의 첫 부흥기가 시작되며 다양한 기법을 응용한 페이퍼 토이 장르의 팝업북이 제작된다. 이번 전시에는 독일의 극장식 팝업북인 <리틀 쇼 맨The little showman series No.2-Spring(1884년)>, 허니콤 페이퍼를 사용한 <헨젤과 그레텔(1890년)> 등 19세기 팝업북 원본을 전시한다.

 

19세기 후반 팝업북은 많은 거장들에 의해 더욱 발전해서 정교한 장치가 더해지며 예술의 영역에까지 이른 책들이 다수 출판되었다. 특히 1개의 탭을 당겨서 여러 동작이 가능한 혁신적인 팝업북을 만든 독일의 천재 작가 메켄도르프의 <서커스>와 <시티 파크>, 독일계 작가로 영국에서 활약한 에른스트 니스터의 만화경처럼 회전하며 아름다운 그림이 교차하는 다색판화 팝업북이 대표적이다.

 

20세기에 이르면 1930년에 영국의 루이스 기로드가 책을 펼치면 두 개의 페이지 사이에서 팝업이 스스로 일어서고 연속 동작이 가능한 팝업북을 선보였다. 전면에서만 보이던 이전의 팝업북과 달리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던 <칠드런즈 애뉴얼> 시리즈는 최초의 현대적인 팝업북으로 평가받는다.

 

미국에서 1932년에 팝업북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한 <피노키오>가 해럴드 렌츠에 의해 출판된다. 해럴드 렌츠는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을 소재로 <미키 마우스> 등을 선보이며 팝업북에 미국의 문화적 요소를 도입했다.

 

1940년대에는 최초의 여성 팝업 작가인 제랄딘 클라인의 <졸리 점 업> 시리즈가 탄생한다. 제랄딘 클라인은 남편과 협업하여 독일의 슈라이버 출판사의 1930년대 단순한 커팅 팝업북을 본뜬 팝업북을 제작하였다.

 

1960년대에는 체코에서 21세기 최고의 팝업북 작가인 로버트 사부다가 어릴 적 보고 자라며 팝업북 작가의 꿈을 키웠다고 밝힌 쿠바스타의 정교하고 생동감 넘치는 팝업북이 등장한다.

 

대형본인 파나스코픽 모델을 비롯하여 서양 전래동화를 주제로 만든 인형극을 연상케 하는 그의 팝업북들은 공산 치하 체코에서 37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로 수출되었고 높은 작품성으로 팝업북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쿠바스타의 파나스코픽 모델과 페어리 테일 시리즈, 팁 앤 탑 등 초판본 약 50 점이 전시된다.

 

1980년경 미국에서 출현한 페이퍼 엔지니어들은 홀로그램과 미러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고 보다 정교해진 페이퍼 엔지니어링으로 팝업북의 경계를 확장했다.

 

팝업북은 20세기 후반 종이 가공의 발달과 인쇄 기술에 힘 입어 다양한 장치들이 개발되고 새로운 소재가 더해지며 오늘날 우리가 흔히 접하는 정교하고 복잡한 현대의 팝업북으로 진화해왔다.

 

현재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 보다 화려한 조형적인 움직임을 구현한 현대의 팝업북들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건 아니라 지난 800년 동안 시대의 요구에 의해 제작되었던 여러 가지 팝업 기법들이 진보를 거듭하며 만들어진 것이다.

 

롯데갤러리 관계자는 “단순히 읽는 것을 넘어 보는 즐거움까지 선사하는 ‘The Magic, 팝업북의 세계’에서 함께 즐기시기 바라며, 일찌감치 팝업북의 가치를 알아보고, 오랜시간과 연구로 수준 높은 컬렉션을 구성하고 전시로 그 가치를 나누어주신 콜렉터이자 시인 성미정, 배용태님께 다시 한번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고 말했다.